어린이날 연휴에 비가 올 것은 지난 노동절 연휴 당시 대충(...)은 알고 있었으나 어느 정도로 올 거이라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가 제주도 지역 폭우 및 결항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일기도를 소환해 봤습니다.(사실 애매한 상황의 필리핀 인근 93호 열대요란만 들여다보다가 정작 우리나라쪽 상황을 못봤습니다 ㅜㅜ)
5월 4일 오전 기준 일단 지상 일기도 상황을 보니 중국 산둥반도 남쪽에 정체전선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분명 지난달 무렵에는 대만 부근에 정체전선이 있어서 그게 장마로 발달할지 아닐지를 보고 있었는데 요 며칠 사이에 급작스런 북상을 한 상황입니다.(물론 아직 시기상 장마는 아닙니다)
문제는 정체전선 남쪽의 보라색 구역으로 색칠된 하층제트기류 영역(850hPa지위고도)인데 남서풍이 30~35노트로 불어들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상당히 강하게 들어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 일기도 작성 시점에서 제주도는 태풍에 준하는 강풍 상황이 시작되었는데 아무리 적게 잡아도 남서풍 30~35노트로 결항기준을 넘어서는데다 그 방향도 활주로 방향과 수직방향(측풍성분)인 남서풍 계열이라 착륙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 보면 됩니다. 상층 제트와 수직으로 엇갈리는 구간까지 나오는건 덤이고요(윈드시어)
상황을 보기 위해 상층 일기도를 들여다 봤는데일단 이번 상황은 가장 최하층이라 할 수 있는 925hPa영역에서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여기를 들여다 보면 우리나라 북서쪽의 상황이 꽤나 복잡해 보이는데요, 북서쪽에서 들어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1℃) 바로 남쪽에 꽤 따뜻한 온난핵(23℃, 이상고온대로 생각됨), 그리고 그 바로 남쪽에 좀 덜 차가운 공기(12℃)가 샌드위치마냥 차곡차곡 기압골을 타고 쌓여있는 구조이고, 중국 남부에 또 온난 습윤한 공기 덩어리(27℃)짜리가 온도능의 형태로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온도차이가 상당한 공기덩어리가 좁은 구역에 몰려있을 경우 일어나는 현상은 매우 강한 대기불안정 현상으로, 돌풍, 폭우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는 상왛인데요, 실제로 대기불안정 지수를 나타내는 쇼월터 지수를 보면 -4라는 꽤 정신나간 수치(심한 뇌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숫자가 작아질수록 불안정도가 높아짐)
즉, 저 하층 정체전선대 자체가 매우 광범위한 대기불안정 상태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제주도 일대부터 악천후가 시작되었고, 이것이 남서풍 계열의 하층 제트기류를 타고 북상하면서 장마전선에서 내리는 폭우와 유사한 형태로 꽤 오랜 기간 강수를 내리게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KIM(GDAPS)모델로 살펴보면 5월 4일 15시 기준으로 72시간 범위의 예상도를 보면 5월 4일 밤 무렵부터 전국단위 강수가 시작되며, 5일은 전국단위 폭우를, 6일에 북서쪽부터 점차 그치겠으나 7일 무렵 다시 호남지방을 중심으로 비구름이 들어오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습니다.(등압선 간격으로 봐선 무조건 돌풍 동반입니다)
이쯤되면 전선대가 동서방향으로 가로놓이는 장마전선의 상태와 매우 유사한 상황이 5월달에 벌어지는 것인데요, 제주도 한정으로 놓고 보면 고사리장마라는 용어로 설명이 가능하겠으나 전선대 북상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게, 그리고 북쪽으로 올라오면서 남부지방까지 그 범위에 들어오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비 자체는 이르면 6일 저녁, 늦어도 7일 오후 무렵부터 북서쪽부터 점차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그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는 7일을 넘어서 8일 오전 무렵까지도 강수 영향권에 드는 곳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비는 형태와 내리는 기간상 장맛비와 유사하겠으나 정확히는 이동성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내리는 폭우로 비 자체는 5월달에 종종 발생하는 대기불안정 현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강수대가 어린이날 연휴를 정확히 직격하면서 이래저래 계획이 꼬이시는 분들이 속출하겠네요.(특히 고사리장마가 뒤늦게 찾아온 제주도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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