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봄은 유독 가뭄이 심한 해인데요, 지난 3월 남부지방을 지나간 비를 제외하면 두달 가까이 비다운 비가 제대로 내린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국이 건조특보가 떠서 곳곳에 산불이 발생하는 상황이고 여기에 이상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2주일 가까이 벚꽃이 일찍 개화하는 등 상당히 머리아픈 날씨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단 4월 3일 오전 9시 기준 지상일기도를 보면 동해상에 소형 고기압이 하나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보입니다.
이동성 고기압이 하필 동해바다 한가운데 자리하게 된 형태인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고서저의 기압배치가 일어나면 수도권 일대에 푄 현상이 발생하면서 수도권 일대의 온도가 상승함과 동시에 대기가 상당히 건조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실제로 4월 3일 서울 종로구 송월동 관측소의 관측값을 기준으로 보면 16:08 기준으로 25.9℃의 기온을 기록하면서 최근 한달 중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하였는데요, 관측 이래 서울의 4월 최고 기온이 작년 2022년 4월 11일에 기록한 26.6℃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 날의 낮 최고기온도 절대로 낮은 값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비가 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고온 건조한 동풍계열의 바람이 전국에 들어오다 보니 서울 낮 시간대 습도가 20% 미만으로 내려가고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남부는 가뭄으로 고통받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식목일을 전후하여 전국단위 비 소식이 예보되어 있는데요, 이번 비의 양이 가뭄 해갈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위의 움짤은 4.3.15:00 기준 기상청 KIM-GDAPS(글로벌 범위)모델의 72시간 범위 예보인데요(3시간 간격) 중국 내륙에서 발생한 저기압(기압골)이 4월 4일 오후 서해상에서 발달하면서 식목일인 5일을 중심으로 전국에 상당한 양의 강수를 내릴 것을 예측하는 모습닙니다.
일단 강수형태가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전형적인 온대저기압에 동반된 전선형 강수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다른 글로벌 수치예보 모델들의 모델링 결과에서도 거의 동일한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만큼 비가 오는데 있어서는 별다른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론상 약한 층운형 강수가 먼저 시작되고, 이후 적운형 강수가 세차게 지나가면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기압 후면에 들어오는 한랭전선대의 강도가 꽤 강할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실제로 상층 일기도를 살펴보면 상당히 강한 한랭전선이 발달할 가능성이 보이는데요 위의 850hPa영역 일기도를 보면 중국 내륙에 꽤 깊은 온도골(빨간 원)이 들어와 있어 한랭형 강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하층 저기압 주변 기류를 보면 중국 해안선을 따라 온난한 남서풍이 들어오고 이것이 산둥반도 인근 온도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어 하층 부근에서 더운 공기와 찬 공기가 서로 엇갈려 부딛히는 전형적인 전선발생 요건이 만들어진 상태입니다.
한편 좀 더 위쪽의 500hPa영역을 살펴보면 서해상에 기압마루(기압능-남색 원)이 들어와 있고 그 서쪽에 기압골(빨강 원)이 자리하고 있어 날씨가 꽤 극단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담으로 기압골 후면에 한랭핵(-37℃)이 자리하고 있어 찬 공기덩어리가 밀고 내려오고 있음을 알 수 있겠고요.
이 정도 상황이면 지표면의 저기압이 서해를 건너기 전에 이미 전선대가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시점 기준 저기압 인근 쇼월터 지수(대기불안정지수)를 살펴보니 0~-3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수준으로 나오는데 이 수치가 음의 값을 가지기만 해도 상당한 집중호우 가능성이 높아지는만큼 식목일 무렵에는 갑자기 내린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시간당 15~20mm의 집중호우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류에 따라서는 더 많이 오는 곳도 있을 가능성이 있고요)
특히 이 대기불안정 지수가 상승할 무렵 하층에서의 제트기류가 남서쪽에서 유입될 경우 서남해의 수증기를 동반한 온난한 공기가 북서쪽에서 밀고 내려오는 찬 공기와 부딛히게 되면서 이미 발달중인 전선대의 발달속도를 급속도로 올릴 수 있어 극단적인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우박이나 뇌운이 발생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생각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로 이번처럼 기압골의 동쪽에 고기압 블로킹이 자리잡고 서쪽에 상하층 제트가 맞부딛히는 형태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가 작년 8월 8일의 극한강수 상황이었습니다.(https://typhoon-air.tistory.com/640 참조) 그나마 이번에는 온난부의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상층제트가 약한 편이라 그 정도까지 가진 않겠습니다만 기압골 동쪽에 블로킹이 자리잡은 기압배치 자체는 유사한 모습이 보입니다.
어쨌건 여태 가뭄이 심했던 만큼 많은 양의 비가 와야 해갈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맞는데, 문젠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의 비가 오면 역으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특히 바짝 말라있던 배수로나 계곡 같은 곳은 토사가 갑자기 유출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어 이러한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KIM 모델에서 예상한 우리나라 인근 500hPa영역의 상층 기온의 온도차이가 온난부가 -8℃, 한랭부가 -34℃ 부근으로, 850gPa영역에서는 온난부가 13℃, 한랭부가 0℃ 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렇게 인접한 구역의 온도차이가 크면 돌풍을 동반한 매우 강한 집중호우는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며, 대기불안정이 극으로 치달을 경우 용오름 현상같은 특이현상까지 발생할 요건이 만들어 지는 곳이 있을 수도 있어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비 온 뒤의 전망을 보면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밀고 내려오는 것이 이번 강수의 주된 이유 중 하나인만큼 비가 그친 직후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일시적으로 춥다고 느껴질 정도까지 온도가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요. 앞으로 온도 등락은 좀 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아마 올 봄 마지막 꽃샘추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이번 비의 여파로 이르게 피었던 벚꽃이 거의 다 떨어지고 철쭉 개화시기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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