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8월 8일 서울 수도권 일대에 정체전선이 활성화되면서 집중호우가 발생, 곳곳에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등 한여름 때 아닌 장마전선의 발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으로는 경기 남부지방이 집중호우대의 중심지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보통 보라색 상황만 되어도 미친 수준의 집중호우인데 그걸 넘어서는 청남색 구역이 보이는 정도니까... 레이더만 확인해도 시간당 90~100mm를 상회하는 곳도 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강수를 장마전선의 재발달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단순하게 원인으로만 따지면 장마와 동일한 방식으로 발달하는 정체전선에 의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장마는 7~8월 폭염 시작 이전 더운 공기가 밀고 올라오면서 발달하는 전선대에 의한 정체전선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런 8월 한여름에 발생하는 정체전선대 유발 강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만큼 단순히 장마라는 표현은 그다지 맞지 않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이번 폭우의 형태를 보면 전형적인 가을장마 패턴에 가까운 형태인지라 가을장마라고 해야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요 문제는 지금 시기가 절기상으로는 입추를 지나기는 했지만 평년 기준으로 아직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8월 초순에 불과한 시점이고 통상적인 가을장마 시점인 8월 중후반이나 9월 초에 비해서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인지이라 그냥 가을장마라는 이름을 가져다 쓰기에도 상당히 애매한 상황입니다.
어쨌건 이 때아닌 8월 초순의 가을장마(?)의 원인을 살펴보면 지난 7월 18일 있었던 장마전선 발달과정과 상당히 유사한 양상을 보여주는 특성이 있습니다.
당시 포스팅 참조 : https://typhoon-air.tistory.com/628
이 당시에도 상층 기압배치를 보면 오호츠크해 인근에 기압능이 북쪽 찬 공기의 통과를 가로막으면서 찬 공기덩어리가 우리나라 방향으로 남하하게 되는 형태가 발생하면서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었다고 하였고, 이것이 일반적인 장마와 달리 가을장마 패턴과 유사하다고 이야기하였었는데요, 이번에도 거의 유사한 형태의 블로킹이 발생하여서 집중호우가 일어났다는 점에서는 똑같은 형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대기 상공 5500~6000m부근 상공의 500hPa영역 일기도를 보면 이 현상이 아주 뚜렷하게 보이는데요, 캄차카 반도(오호츠크해의 동쪽 경계)의 기압능(고기압 블로킹)에 의해 북만주 인근을 통과하던 한랭 기압골(절리저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블로킹에 의해 한반도 북쪽 상공에서 남하하는 힘이 강해진 상태입니다.
이 와중에 전국에 폭염을 몰고왔던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 경계선인 5880gpm선(빨간 선)과 근접하게 되면서 북한 구역부터 온도 성질이 완전히 다른 두 공기덩어리의 충돌이 발생하게 된 것인데요, 북쪽에서 치고 내려오는 공기덩어리의 한랭핵의 온도는 -20℃로 상당히 차갑고 건조한 대륙성의 공기덩어리인데 비해 일본 시코쿠 일대에 자리한 온난핵의 온도는 -2℃ 정도로 상대적으로 상당히 따뜻하고 습한 해양성의 공기덩어리라는 차이점이 있으며, 이런 조건에서의 전선대 발달은 기정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층의 모습을 상대적으로 하층인 850hPa영역으로 옮겨보면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는데요, 500hPa영역에서의 상층제트 기류 통과구역의 위치와 850hPa영역에서의 하층제트 통과구역의 위치가 거의 일치하는 것이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상층의 200hPa 영역 일기도를 가져와서 앞선 정보를 중첩해서 보면 상층 제트기류 통과구역까지 일치하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티베트 고기압(중국대륙쪽 파란 선) 북쪽 경계선을 따라 상층제트 구역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것의 위치가 하층제트 기류의 통과구역과 일치하는 것이 바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상층의 제트기류와 하층의 제트기류가 일치하는 것을 상하층제트기류 커플링이라고 하는데요, 전선대 발생 상황에서 이러한 제트기류 커플링이 발생할 경우 중위도 지역에서는 전선대 부근에서의 연직작용을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전선대에서의 집중호우가 더욱 가속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이번 수도권 일대의 집중호우는 캄차카 반도 인근의 고기압 블로킹에 의해 북쪽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남쪽의 북태평양 고기압과 충돌하는 전선대가 발달하였고 이런식으로 북쪽에서 남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전선대의 형태는 전형적인 가을장마 패턴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가을장마 패턴의 경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아직 건재한 시기에 찬 공기가 밀고 내려오는 상황인만큼 전선대가 좁고 얇게 동서방향으로 펼쳐지면서 남북간 편차가 상당히 큰 강수패턴을 보이는데, 이번 집중호우에서도 동일한 상황이 관측되었고, 제트기류 커플링으로 인해 연직작용이 더 강해지면서 짧은 시간 사이에 적란운이 10~13km두께로 발달하면서 역대급 8월 초반의 강수를 기록한 것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일단 이 때이른 가을장마는 캄차카 반도 부근의 고기압 블로킹이 해소될 무렵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통상 이런 고기압 블로킹의 해소에는 3~5일 정도의 시일이 걸리는만큼 해당 기간동안 전선대의 중심 구역이 걸치는 곳에는 상당한 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이 가을장마의 이동방향이 어느쪽으로 향할지도 문제인데요, 일반적인 상황처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남하하는 힘이 더 강하게 나타날 경우 이른 여름 더위의 종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겠지만, 문제는 현재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꽤 건재한 상황인만큼 빠른 속도로 전선대가 남하하기 보다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일변화에 따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남북방향으로 북상과 남하를 반복하는 최악 패턴이 될 경우 중부지방에는 장마철보다 더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져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이에 긴급 상황에 대한 대비를 반드시 하시고, 수시로 기상정보(기상청 레이더 화면 등)를 확인하는 등 관련 정보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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