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소용돌이(Monsoon Gyre-"몬순 자이어"라고 읽습니다)는 여름철 북서태평양 구역의 매우 큰 원형에 가까운 저기압 소용돌이(순환장)을 의미합니다. 1
이 광범위한 영역의 소용돌이에 대해서 특별히 정의된 크기는 없으나 보통 그 직경이 일기도상의 폐곡선 기준으로 적어도 1500km이상, 큰 경우에는 2000~2500km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한 영역에 낮은 강도의 순환류를 가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명도 최소 1주일에서 길면 2주일에 이르며, 그 구조적 특성도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나 대륙 인근에서 발생하는 몬순저기압과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발생시 상황을 보면 서풍인 몬순기류가 남쪽에 자리하고 동풍인 무역풍 혹은 아열대 고기압(보통 북태평양 고기압)의 남쪽 경계선이 북쪽에 자리하면서 두 상반된 기류 사이에 자연스럽게 광범위한 구역에 걸친 반시계방향(북반구 기준)의 저기압성 순환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러한 몬순소용돌이의 생성원리 자체는 몬순골(Monsoon Through)과 비슷하긴 한데 몬순골이 긴 띠 형태의 기압골을 만드는데 비해 몬순자이어는 좀 더 원형이나 타원형에 가까운 순환장에 가까운 형태로 나타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발생 이유가 이렇다 보니 해양의 잠열에 의해 주변에 상승류를 만들어내는 열대저기압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다음의 특성을 가집니다.
- 순환장 중심부의 바람은 그리 강하지 않으며, 열에너지 보다는 주변 기류에 의한 간접 영향으로 순환장이 형성
- 주변 기류에 의해 간접적으로 발생한 순환장이다 보니 저기압 자체의 상승류가 그리 강하지 않아 주변부 대류운은 많으나 중심부는 텅 비는 경우가 많음
- 발생 원인과 동일한 이유로 순환장 중심의 바람벡터값은 매우 작은 편, 오히려 외곽의 기류가 더 강함
- 워낙에 광범위한 범위에서 낮은 수준의 순환장으로 나타나다 보니 순환장의 중심부를 정확하게 잡기가 어려움
일기도나 기류도상에서는 주로 필리핀해 해상부터 괌 동편의 북태평양에 이르는 위치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저압 영역(LPA)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태풍의 발생과 관련한 관찰을 계속하다 보면 몬순골(Monsoon Trough)에서 발생하는 태풍보다는 그 수가 적지만 이 몬순 순환장도 태풍을 어느 정도 만들어내는 저기압이라 할 수 있는데, 그 경우를 보면 주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패턴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 몬순소용돌이 주변부에서의 열대저기압 발생(순환장의 분화)
- 몬순소용돌이 자체의 열대저기압화(순환장의 압축)
2022년 여름에 1과 2의 사례를 모두 볼 수 있었는데요, 1의 경우는필리핀 루손 동쪽에 자리하고 있던 몬순자이어(위쪽 일기도의 주황 원)의 동편 가장자리에서 5호 태풍 송다가 발생하였던 상황이고요(위쪽 일기도의 빨강 원) 이후 저 몬순자이어도 5호 태풍 송다의 뒤를 이어 북상하면서 몬순자이어 자체가 6호 태풍 트라세로 바뀌어 북상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만 이 몬순소용돌이 발생 태풍들의 경우 그 강도가 그렇게까지는 강력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몬순소용돌이에서 막 발생해 나온 열대저기압이나 태풍, 혹은 인근을 지나는 태풍을 관찰해 보면 몬순소용돌이와 태풍 사이에서의 간섭으로 인해 두 저기압이 접해있는 영역은 완전히 반대되는 방향의 바람벡터가 발생하여 결과적으로 태풍의 발달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위의 이미지에서도 필리핀과 팔라우 사이에 광범위한 순환장이 형성되어 있고, 그 북동쪽을 93호 열대요란이 통과하는 모습인데요, 필리핀쪽의 몬순자이어 북쪽의 동풍이 93호 열대요란의 순환장 형성을 방해하고 있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저 이미지에 나온 93호 열대요란은 발생 당시인 8월 15~16일 당시에는 일부 중기 기상예측모델에서 8월 20일 무렵 9호 태풍 망온으로 발달할 가능성도 어느 정도 내비치던 열대요란이었으나, 8월 18일 현재 시점으로 보면 남쪽의 순환장으로 인해 열대저기압 특유의 순환장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현재(8월 18일) 시점에서는 발생 당시보다 오히려 태풍 발달 가능성이 더 낮아진 열대요란이 되었습니다.
그러면 저 필리핀 동쪽의 순환장이 열대요란이나 열대저기압처럼 대칭형의 연직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아래 이미지를 보면 일반적인 열대저기압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거의 같은 시간대의 몬순소용돌이와 93호 열대요란 인근의 적외선 이미지인데요 일반적인 열대저기압이라면 중심부 가까이에 연직구조를 가지는 구름대가 뚜렷하게 형성되겠지만 몬순소용돌이(검정 원) 중심부는 특별한 연직구조를 가지는 구름 없이 텅 비어있는 상태에 가까운 모습이고, 오히려 주변부에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되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동부를 중심으로 폭우를 유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8월 17일 기준으로 필리핀 기상청(PAGASA)에서는 이 몬순순환장을 Low Pressure Area로 부르고 있으며, 이 몬순소용돌이가 열대저기압으로 바로 발달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8월 19일 오후 소멸)
그리고 93호 열대요란은 하층 바람 자체는 약한 편이지만 생성중인 적란운의 양은 열대요란 강도 대비 적지 않은 편이어서 만일 이 에너지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몬순순환장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경우 유의미한 발달이 있을 수 있는 만큼 태풍으로의 발달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었는데요, 실제로 8월 19일 남쪽에 자리하던 몬순소용돌이가 소멸하면서 93호 열대요란에 미치던 영향이 사라지면서 서서히 발달, 몬순소용돌이 소멸 약 이틀 뒤인 8월 21일 오후 3시에 열대저기압 형성경보인 TCFA통보문이 발령되면서 9호 태풍 망온 후보로 올라서게 되었고, 다음날인 8월 22일 오후 3시에 공식 9호 태풍 망온으로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 8월 21일 무렵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나타난 사례가 있는데요, 이 당시 일본 남쪽 먼 해상의 몬순자이어 구역 북동쪽에 열대저기압(미국 식별부호 98W, 한국기상청 16호 열대저기압)이 발달하는 상태로, 만일 이쪽 구역이 조금 더 저위도이고, 해양열용량이 충분한 상태였다면 몬순자이어 끝자락에서 새로운 태풍이 발달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도 위성 이미지를 보면 일기도상의 폐곡선 한가운데는 텅 비어있고(노란 원) 북동쪽 끝자락 가장자리에서 열대저기압(빨간 원)이 따로 발달하는 보습이 나타납니다. 또한 남서쪽 끝자락도 북동쪽보다는 덜하지만 마찬가지로 소형 메소저기압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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