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상륙 후 이동경로 - 부산 동쪽-울산 남쪽 이동경로
한국기상청은 11호 태풍 힌남노가 9월 6일 오전 7시를 기해 울산 앞바다로 빠져나갔음을 발표하였습니다.
마지막 상륙 순간에 태풍의 경로가 동쪽으로 밀리면서 당초 예상하였던 통영 부근보다 동쪽으로 약 50km정도 동쪽으로 이동한 경로로 상륙한 셈인데 막판에 이동속도에 계속 가속이 붙고, 이 경로로 태풍이 지나면서 전체적인 영향시간 자체는 짧아지는 결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 자동관측장치에 기록된 바람벡터값을 보면 태풍이 부산-경남 동해안을 거의 스치듯이 상륙하여 지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바람벡터값 기준으로 보면 태풍의 부산-울산 통과 시점은 05:50 무렵 부산 오륙도 인근 해안선으로 상륙한 이후 기장군을 거쳐 06:55 무렵에는 울산 간절곶 북쪽 해안선을 통해 동해상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입니다.(기상청 공식발표는 거제 상륙인데 실제 거제쪽 관측값과 풍향을 보면 상륙보다는 거제 동쪽 끝단 서이말 바로 앞쪽을 스쳐갔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측정최저기압 955.9hPa - 관측 이후 3위 예상
태풍이 상륙한 것으로 보이는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관측소인 부산 오륙도 관측소의 관측값을 보면 05:49~05:57 사이 시간대의 해면기압이 가장 낮으며, 풍속 또한 이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낮은 값을 기록한 다음 다시 올라간 것을 볼 때 이 부근으로 태풍의 눈(중심부)이 지나갔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인근 타 관측소 대비 가장 낮은 값)
참고로 이 당시 오륙도 관측소에서 측정한 05:53의 955.9hPa 기록이 이번 태풍 힌남노와 관련하여 측정한 공식 기록이 된다면 상륙시 951.5hPa를 기록했던 태풍 사라와 954.0hPa를 기록한 매미에 이은 역대 3번째 관측 최저 해면기압을 기록한 태풍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거제 상륙여부는 거제도쪽에 자리한 관측소의 데이터를 확인해야 정확하게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거제 저구리 명사관측소의 관측값은 04:36~04:39 3분간 959.5hPa를 기록하여서 중심부 부근이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정황이나 이후 경로 부근에 자리한 서이말 관측소의 자동측정장치 기록이 고장이 난 것인지 4:12이후부터는 관측자료가 기록되지 않았으며, 보다 태풍을 먼저 맞았던 매물도 관측소의 관측자료도 2:50을 마지막으로 기록이 되지 않아 실제로 태풍이 거제에 상륙했는지 여부의 확인을 정확하게 살펴보기가 어렵습니다.(일단 풍향만 봐서는 거제 동쪽 통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참고로 부산지역 공식 기상관측값으로 사용되는 부산기상대(부산기상관측소)의 측정값으로는 05:42~05:44 사이에 959.7hPa를 기록하였으며, 이 기록을 공식기록으로 사용할 경우 역대 7위 정도 수준의 최저기압이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일단 기상청에서는 955.5hPa라고 하였는데 적어도 어느 관측소의 기록값인지 정도는 함께 밝혀줘야 할 듯 싶습니다. AWS기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저 값이 나온 관측소가 없거든요.(제가 못잦은건가요?)
김해, 제주공항은 오후부터 정상화 전망
태풍이 빠져나가면서 서쪽부터 빠른 속도로 날씨가 좋아지겠는데, 항공편의 정상화는 아직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운항스케쥴이 올라온 것을 보면 제주국제공항의 경우 정오 이전(10시 무렵)에 항공기의 정상착륙이 가능해질 전망이며, 김해공항의 오전 출발 항공편들은 모두 오후로 지연출발하는 것으로 일정이 변경되었습니다.
만일 지연편이 있을 경우 여기에 연결되는 항공편들도 모두 연쇄 지연이겠으나 야간 커퓨 이전까지 운항이 가능하다면 결항 없이 지연으로 남은 항공편이 소화될 전망입니다.
문제는 김해공항의 경우 오후 시간대가 되면 날씨는 상당히 좋아지겠지만 오전에 지연된 항공편이 오후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공항 터미널부터 평소 대비 상당히 혼잡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이며, 항공기들의 이착륙 과정에서도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입니다.
역대급? 설레발?
11호 태풍 힌남노 북상 당시 역대급이라는 언급이 많았고, 태풍상황이 종료된 다음에는 설레발이었다, 기상청이 양치기 소년이었다 등등의 말이 또 많아졌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기상청이 어느 정도 과잉예보를 한 것은 맞는데 이걸 가지고 설레발을 쳤다고 하는것은 그거대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난예보는 그 특성상 문제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에 부족한 것 보다는 최악 상황에 대비하여 가용 가능한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최대한의 대비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태풍 내습시 그 피해 범위는 태풍 경로상 부근에 집중되는 특성이 있으며,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 강도는 반비례 수준으로 약해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특히 서울, 수도권 일대는 어지간해서는 태풍이 직격하는 일 자체가 거의 없는데다 이번에도 서울 입장에서는 가장 먼 경로로 별 탈 없이 지나갔고, 살면서 실제 태풍과 직접 맞딱뜨리는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신 분들도 꽤 많아서 태풍이 얼마나 무서운건지 잘 모르시는 분들도 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직접 맞아보면 약한 태풍은 절대로 없습니다. 지난번 트라세 같이 일본 기상청에서 열대저기압을 태풍으로 잘못 해석해서 발표한 경우를 제외하면요)
어찌되었건 예상한것 보다는 약했다도 사실인데, 애초에 태풍이 역대급이라 예보되었음에도 지난 매미나 루사보다는 조용히 넘어간 것에 대해 여러 원인 분석이 많이 나온 상황입니다.
태풍기압값을 보면 현재까지 관측한 태풍 중 3위 수준의 최저기압을 기록하는 등 어느 정도 태풍의 중심기압이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은 맞는데 이거 대비 강풍이 약했던 것이 이 논쟁의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겠는데, 이에 대한 원인분석을 보면 태풍이 짧게 스쳐갔다, 북상 도중 바닷물이 뒤섞이며 약해졌다, 북쪽의 찬 공기와 부딛히며 약화되었다 등등의 해석이 많습니다.
거기에 기상청의 예보를 보면 10분 평균을 사용하는 최대풍속값과 1분 평균을 사용하는 JTWC의 최대풍속값이 계속해서 같은 값으로 예보되었는데 통상 10분 평균값이 1분 평균값보다 낮은 값인 것을 생각하면 결과적으로 과잉예보를 한 것이 맞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11호 태풍 힌남노가 북상과정에서 인근의 열대저기압을 흡수하면서 세력범위가 커진 이후 재발달하는 과정에서의 해석 차이로 보이는데, JTWC에서는 이 재발달 과정에서 태풍이 서서히 세력을 회복하면서 재발달 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한국 기상청은 다시 4등급의 슈퍼태풍 수준까지 급속 재발달하면서 조직화를 이룰 것으로 내다본 점에서 해석차이가 있었습니다.
즉, 열대저기압을 흡수한 이후 힌남노의 덩치가 커진것은 맞는데, 흡수한 수증기대를 이전 소형 태풍 당시 수준으로 탄탄하게 조직화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구조화가 덜 된 상태로 북상한 상태를 놓쳤다는 생각인데, 쉽게 말해서 인근 저기압을 잡아먹고 그걸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한 상태로 우리나라 부근까지 올라왔다고 보시면 됩니다.(먹고 나서 살짝 체한 셈입니다)
이런 이유로 해면기압 자체는 역대급 수준으로 온게 맞는데, 실제 풍속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태풍이 주된 피해를 입히는 것은 강풍과 호우 이 2가지가 가장 크고, 낮은 해면기압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범람은 해안가 일대에만 해당하는 부수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예보한 것 대비 약한 태풍으로 지나간 것에 대한 여러 말들이 나오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한국 기상청의 태풍 강도 예측은 다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포항, 경주는 왜?
문제는 예상보다는 약한 세력으로 통과했고(그래도 2등급 수준으로 통과), 영향시간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짧았음(50km가량 동쪽으로 편향)에도 불구하고 포항, 경주 일대를 중심으로는 2002년 루사 당시 강릉시내의 상황과 유사할 정도로 피해가 매우 컸다는 점입니다.(심지어 이들 지역은 진로 좌측의 가항반원에 해당)
포항, 경주지역의 피해를 보면 강풍보다는 호우에 의한 홍수피해가 컸었는데, 이는 태풍이 통과하는 내내 포항-경주를 연결하는 7번국도 부근의 회랑형 지형을 따라 지속적인 북~북동풍이 이쪽으로 유입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태풍 통과 당시 기상청 AWS에 기록된 바람벡터값을 살펴보면(맨 위에 첨부된 움짤 참조) 태풍이 통과하는 내내 이들 지역에 북동계열의 풍향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여기에 동반되어 들어오는 비구름대가 인근의 산맥에 걸리면서 비구름이 켜켜이 누적, 일대에 집중호우를 유발하게 되었습니다.
저기 위쪽 지도에서 주황색(귤색)으로 연결한 선 부근의 주요 산 높이를 보면 892m의 백운산, 745m의 토함산, 584m의 함월산 등 강원도 태백산맥보다는 낮지만 나름의 높이를 가지는 산들이 바람을 막는 벽의 역할을 하였으며, 이것이 하층(200~600m)의 구름을 붙잡으면서 동반된 수증기를 강수량으로 전환하는 극한강수로 이어진 것이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02년 루사 당시 강릉지역에서 850mm를 초과하는 극한강수 상황(실제로는 1,000mm내외 추정)이 벌어졌던것과 유사한 상황인데, 당시와 차이가 있다면 태풍이 통과하는데 걸린 시간과 주변의 산 높이 정도일 것입니다.
지점 | 기간누적(mm) | 비고 |
포항 | 393.0 | 9/6 일일 강수량 342.4mm |
경주 | 250.8 | 9/6 일일강수량 212.3mm |
청하 | 127 | |
죽장 | 80.5 | |
호미곶 | 127 |
9/6 04시 이후 자료 없음 고장추정
|
황성 | 268 | |
구룡포 | 352 |
9/6 08시 이후 자료 없음 고장추정
|
외동 | 326 | |
기계 | 133.5 | |
산내 | 267 | |
감포 | 129.5 | |
토함산 | 389.5 |
9/6 08시 이후 자료 없음 고장추정
|
<표> 9/4 14:00 ~ 9/6 13:59 (72시간) 기간 중 포항 경주 일대 누적강수량
72시간 누적강수량만 이 정도이고 이 비의 대부분이 9월 6일에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집중정도는 더 심했을 것으로 보이며, 실제 포항지역에서 시간당 110mm가 넘는 비가 내렸고, 각 읍면동에 설치된 관측장치 기록을 보면 동해면 541mm, 오천읍 509.5mm, 대송면 411mm를 기록하는 등 북동풍이 바로 산자락에 부딛히는 포항 남구 일대 지역에 극한강우 현상이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만일 태풍 통과시간이 길었거나, 주변 산자락 높이가 강원도 수준으로 높았으면 700~800mm의 물폭탄도 가능했던 상황입니다)
여기에 9월 6일 포항의 만조시각은 10:05로 태풍 통과 직후에 영일만 일대의 조수 간만 차이는 불과 30~40cm수준이기는 하지만 이 고조기와 곳곳에 내린 막대한 빗물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시간대가 겹치면서 해안가와 하천 하류 부근에 광범위한 침수피해를 가속시킨 현상도 하나의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 지역이 평소 침수되던 곳이 아니어서 대비가 잘 안되어 있던 점도 한 몫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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