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는 지난 6월쯤에 다녀온 제주도 수월봉(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입니다. 제주 서부지역 해안가를 지날 때 마다 뭔가 대칭형의 오름 모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오름인데 늘상 인근을 지나다니면서 보기만 하다가 이번에 올라가 본 곳입니다.
수월봉 이야기
이 곳은 제주도의 오름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오름(섬인 차귀도 제외)이면서 지질학적 가치가 높아 유네스코 지질공원으로 등록되어있으며, 제주 서쪽 지역의 기상관측을 위한 고산기상대가 위치한 곳이기도 합니다.
수월봉은 해발 77m 높이의 제주 서부지역의 조망봉으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특히 깍아지른 듯한 수월봉 해안절벽은 동쪽으로 약 2km까지 이어진다. 이 절벽을 "엉알"이라고 부르며 벼랑 곳곳에는 샘물이 솟아올라 "녹고물" 이라는 약수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옛날 수월이와 녹고라는 남매가 홀어머니의 병구완을 위해 수월봉에 오갈피라는 약초를 캐러 왔다가, 누이인 수월이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자 녹고는 슬픔을 못이겨 17일 동안을 울었다고 한다. 이 녹고의 눈물이 곧 녹고물이라고 전하며 수월봉을 "녹고물 오름" 이라고도 한다. 이 곳 수월봉 정상에서 바라보면 차귀도, 누운섬, 당산봉을 비롯하여 광활한 고산평야와 산방산, 한라산이 두루 보이고 날씨가 맑은날은 가파도와 마라도까지 보일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다.
- 수월봉 주차장의 안내판 내용
일단 이 곳에 붙은 타이틀을 살펴보면 천연기념물 제513호이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대한민국 국가지질공원 이렇게 셋이 붙어있으며,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제적으로 황해와 남중국해, 동해를 나누는 경계선의 기점이 이 수월봉 남쪽인 33°17'N 126°10'E 지점입니다. 즉, 수월봉을 기준으로 남쪽은 동중국해, 북쪽은 황해에 해당하며, 수월봉에서 맹골군도까지 그은 선의 동쪽은 동해(국제적으로는 남해도 동해에 포함)가 됩니다.(국제수로기구 S-23 참조)
이 수월봉 자체는 신생데 제4기 플라이스토세 끝자락에 해당하는 시기인 약 18,000년 전 현재의 차귀도 포구 남서쪽 해저에서 분화한 화산체의 일부분으로 현재의 수월봉은 당시 분화한 거대한 고리모양의 수성화산의 동쪽 외륜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수월봉 북쪽의 차귀오름도 마찬가지로 바닷속에서 분화한 수성화산이지만 이쪽은 주변이 육지로 둘러쳐지면서 어느 정도 그 형태가 보존이 되었지만 수월봉은 분화 직후 제대로 육지로 안착하지 못하고 화산체의 대부분이 침식되어 나가고 육지에 걸쳐있는 부분만이 남아 현재의 수월봉이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질공원
바다의 침식에 의해 수월봉의 모체가 되는 오름의 화산체 상당수가 쓸려나갔지만 이 과정에서 수월봉의 서쪽 해안선쪽이 걸어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이 되면서 화산체 내부의 형상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바로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지질학 관찰현장이 되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화산체의 노두(노출된 지층)를 바로 관찰할 수 있는 곳 자체가 전세계적으로 봐도 그리 많지 않다고 합니다.
수월봉의 동쪽 아래 해안가로 내려가 보면 화산재가 이룬 지층과 중간중간 화산탄들이 박혀있는 탄낭구조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지층은 그냥 화산재가 날아다니다가 쌓여서 만들어진것이 아니라 화쇄난류(화산쇄설류)라 부르는 현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는 화산가스와 연기, 암석, 화산재가 한데 뒤섞인 고속의 1000℃에 이르는 고온의 구름덩어리가 터보프롭 비행기와 비슷한 속력인 시속 500~700km에 이르는 속력으로 이동하면서 화산체의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퇴적된 것으로, 각각의 층마다 서로 다른 쇄설물들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바로 관찰할 수 있으며, 이는 수월봉을 만든 화산활동이 1회성 활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여러차례에 걸쳐서 상당히 격렬한 분화를 한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이 쇄설물의 상태와 숫자로 당시 있었던 화산활동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고산기상대
수월봉 정상에는 고산기상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종 기상 관련 자료에서 "고산"이라고 표시되는 자료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수월봉 정상에 있는 고산기상대에서 관측한 자료가 됩니다.
이 곳의 고산기상대는 제주도 서부의 기상관측을 함과 동시에 우리나라 서해안 방향으로 올라오는 태풍들의 상당수가 지나는 길목 인근에 자리한 중요한 지점에 해당하는 곳이며, 동시에 중국 남부인 양쯔강 방면에서 우리나라 방향으로 넘어오는 이동성 고/저기압들을 가장 먼저 마주하는 관측지점에 해당하기도 합니다.
특히 이 곳은 제주도 해안가 중에서도 가장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기도 하며, 태풍과 관련한 풍속 기록 중 상위권 기록 중 여럿을 기록한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10분 최대풍속 기준으로 역대 1위 풍속인 2003년 14호 태풍 매미의 51.1m/s가 이 곳에서 관측한 값이며, 이외에도 2위 값인 2016년 18호 태풍 차바의 49.0m/s, 4위 2020년 9호 태풍 마이삭의 45.0m/s, 6위인 2002년 15호 태풍 루사가 기록한 43.7m/s, 7위인 2007년 11호 태풍 나리의 43.0m/s가 모두 이 곳에서 관측한 값입니다.
또한 장마철 장마전선에 대규모의 수증기를 유입시키는 남서계열의 몬순기류가 지나가는 길목에도 해당하여 여름철 이 곳의 바람 상태에 따라 우리나라 남부와 중부지방의 장마전선 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기상 관측의 최전선에 자리한 곳 중 한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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