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며
지난 11월 4일 발생한 22호 태풍 인싱이 아직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시간으로 11월 9일 15시에 92호 열대요란과 93호 열대요란이 각각 23호 태풍 도라지와 24호 태풍 마니로 발달하면서 현재 태풍 구역 내에는 모두 3개의 태풍이 돌아다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1. 22호 태풍 인싱 -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한 뒤 베트남 남동부 상륙 예상
한국시간 기준 11월 9일 21시 현재 22호 태풍 인싱은 중국 하이난 싼야 펑황(봉황) 국제공항에서 동북동쪽으로 약 450km가량 떨어진 남중국해 해상인 19.1°N 113.6°E 인근 지점에서 그 진로를 서남서 방향으로 틀기 시작하였습니다.
현 시점 22호 태풍 인싱은 중심기압 954hPa, 1분 평균 최대풍속 시속 약 204km(110노트)의 SSHS 카데고리 3등급 최상단 수준의 태풍으로 재발달한 상태입니다.
현재 태풍 인싱의 적외선 이미지를 보면 소형의 원통형 태풍으로 재조직화가 완료된 상황이나, 중국 내륙으로 치고 내려온 단파장 기압골에 의해 서쪽으로의 진행이 주춤한 상태가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태풍의 진로가 남서쪽으로 점차 틀어지면서 베트남 남동부로 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 24~48시간 범위 내에 단파골에 동반된 한랭한 온도골과 상대적으로 낮은 수온(26℃) 영역을 지나면서 그 세력이 급속도로 약화하기 시작하겠으며, 120시간 범위에서는 베트남 남동부 육상(꽝응아이 부근)에 상륙하기 이전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할 전망입니다.
2. 23호 태풍 도라지 - 급속강화(RI)현상 발생, 필리핀 루손 관통 후 홍콩 남쪽 해상으로 진출 전망
팔라우 북쪽 해상에 자리하고 있던 92호 열대요란은 한국시간 기준 11월 9일 15시에 공식 태풍으로 발달하면서 23호 태풍 도라지로 명명되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1월 9일 21시 현재 23호 태풍 도라지의 위치는 팔라우 국제공항에서는 북북서쪽으로 약 940km, 필리핀 막탄 세부 국제공항에서 북동쪽으로 약 850km,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에서는 동쪽으로 약 1,000km가량 떨어진 필리핀해 해상인 14.7°N 130.3°E 인근 지점으로, 현 시점 태풍의 강도는 중심기압 990hPa, 1분 평균 최대풍속 약 102km(55노트)의 강한 열대폭풍(STS) 수준으로 태풍 발생 6시간만에 1분 평균 최대풍속이 20노트 이상 강해지면서 태풍 발생 초반부터 급속강화(RI)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현재 태풍이 고수온 영역을 통과하고 있을 분만 아니라 낮은 연직시어와 태풍 바로 위쪽의 발산장으로 인해 대류작용이 원활하게 일어나면서 태풍의 크기 자체는 작지만, 그 발달 속도가 예상치를 웃도는 상황으로 JTWC의 6시간 이전 예상(36시간 범위에서 최대 60노트 수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발생 6시간 만에 기존 최대 발달 수준에 육박하는 강도로 발달하였으며, 현재 JTWC에서는 6시간 이전의 최초 예상의 최성기 예상 수준이었던 1분 평균 최대풍속 강도 60노트보다 30노트를 높인 90노트 수준을 23호 태풍 도라지의 최대 세력으로 수정한 상태입니다.
참고로 필리핀 기상청에서는 이 태풍의 발생 위치가 자국 경보구역 내에 해당하면서 니카(NIKA)라는 자체 명칭을 부여하고 관련 통보문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제는 지난 20호 태풍 짜미, 22호 태풍 인싱이 이미 필리핀 루손 북부를 쓸고 지나가다시피 하였는데 이번 23호 태풍 도라지의 예상 경로가 다시 루손 북부 횡단으로 나오면서 최근 1개월도 안되는 기간 사이에 루손 북부 일대에 3개의 태풍이 연속으로 영향을 주는 최악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루손 북부 지역은 아직 이전 태풍의 피해가 채 복구되기도 전에 다시 한번 태풍이 내습하면서 추가 피해를 유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태풍 강도 대비 더 심각한 수준의 피해가 우려됩니다.
또한 태풍의 강도가 강해질 경우 태풍이 예상보다 북쪽으로 북상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현재의 RI 상태가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태풍이 중국 남쪽 해상 통과가 아니라, 중국 남부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도 존재하게 되는 만큼 앞으로 태풍의 추가 발달 상태를 유심히 살펴야 하겠습니다.
3. 24호 태풍 마니 - 열대저기압으로 약화한 뒤 사이판 북쪽 해상 통과 예상
93호 열대요란은 23호 태풍 도라지와 함께 한국시간으로 11월 9일 15시에 24호 태풍 마니로 명명되었으며, 한국시간 기준 11월 9일 21시 현재 사이판 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약 1,290km가량 떨어진 북태평양 해상인 15.5°N 157.8°E 인근 지점에서 사이판(북마리아나 제도)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 24호 태풍 마니는 중심기압 약 1001mPa, 1분 평균 최대풍속은 시속 약 74km(40노트)의 열대폭풍(TS) 수준의 세력으로, 전체적인 전망은 TS~STS 사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4. 번외: 94호 열대요란 - 25호 태풍 우사기로 발달할 가능성
북서태평양 태풍구역의 열대성 기상 시스템 중 아직 열대요란 수준에 머물러 있는 94호 열대요란도 지금의 여건을 보면 잠재적인 태풍 발달 가능성을 가진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시간 기준 11월 9일 21시 현재 괌 국제공항 남남동쪽 약 940km거리 해상(캐롤라인 제도 부근)인 5.1°N 147.0°E 인근 지점에 자리한 94호 열대요란은 아직 중심기압은 약 1009hPa, 1분 평균 최대풍속은 시속 약 28km정도의 약한 수준의 순환장 형태이고 산발적인 상승류가 무질서하게 펴저있는 상태로 아직 아직 JTWC의 열대저기압 발달 가능성은 '낮음' 수준입니다.
그러나 현재 94호 열대요란 주변 상황을 보면 5~10노트 수준의 낮은 수준의 연직시어, 29~30℃ 수준의 고수온 영역, 그리고 열대요란 상층의 발산장 존재로 인한 원활한 대류 촉진 가능성이 발달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현재의 산발적인 플레어(불규칙한 적란운)는 아직까지 이 열대요란의 위치가 적도 바로 위쪽의 저위도 영역에 자리하고 있어 제대로 된 전향력을 받지 못한 것이 주 원인으로, 향후 24~48시간 범위 동안 이 열대요란이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서서히 전향력을 받게 될 경우 제대로 된 조직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쪽에서 25호 태풍 우사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48~120시간 범위 내에 이 열대요란이 실제 25호 태풍 우사기로 발달할지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이며, 태풍 발달 여부와 무관하게 전체적인 진로는 23호 태풍 도라지가 지나간 경로와 유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필리핀 입장에서는 이 열대요란의 발달 여부도 유심히 살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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