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태평양구역의 태풍 명명권한을 가지고 있는 일본 기상청에서는 한국시간으로 2024년 9월 5일 15시 기준으로 12호 태풍 리피(LEEPI)가 발생하였음을 공식 발표하였습니다.(미국 TD 13W, 한국기상청 23호 열대저압부에서 발달)
현재 태풍의 중심부는 일본 도쿄 하네다 국제공항에서 동남동쪽으로 약 620km가량 떨어진 해상인 33.1°N 145.8°E 인근 지점에서 시속 약 13km(7노트)의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태풍의 강도에 대해서는 명명권을 가진 일본 기상청은 중심기압 1002hPa, 10분 평균 최대풍속은 시속 약 65km(35노트)로 태풍(열대폭풍) 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미국 JTWC 에서는 중심기압 1004hPa, 1분 평균 최대풍속을 시속 약 55km(30노트)로 판정하면서 열대저기압(TD)등급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제 올린 글의 내용(https://typhoon-air.tistory.com/1000)에서는 12호 태풍 리피로 발달할 가능성을 낮게보고 있었는데, 일본 기상청에서 사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열대저기압 통보문을 생략하고 바로 태풍 통보문을 발표하는 좀 특이한 상황이 발생한 점으로 미루어 보아, 태풍 강도 해석에 대해서 좀 많이 엇갈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 태풍의 진로 자체는 일본 동쪽 먼 해상을 지나가는 경로가 되는 만큼 특별하게 영향을 주는 곳이 없어서 딱히 다룰 내용은 없지만, 태풍의 발생 위치와 형태 등에서는 조금 다루어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먼저 태풍의 발생 위도가 북위 33도라는 중위도 지역에 해당하는데, 이렇게까지 높은 위도에서 태풍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통상적인 태풍 발생 위도가 북위 15도선 언저리이고, 북위 20도선만 넘어서도 고위도 지역 발생 태풍으로 볼 수 있는데, 12호 태풍 리피는 그조차도 넘어선 북위 30도선 이북이라는 기록을 남기면서 이제는 중위도 구역도 태풍이 발생할 수 있는 구역에 해당함을 시사합니다.(발생 위도인 북위 33.1도는 우리나라 최남단 마라도의 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비록 강풍반경이 130km밖에 되지 않는 소형태풍이고 서쪽으로는 강풍반경이 70수준의 반쪽짜리 태풍이기는 하지만 이런 열대폭풍이 중위도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것은 앞으로 태풍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에 열대성 기상현상 전반에 대한 예보 개념이 조금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번째로, 태풍의 형태를 보면 몬순골 기원 태풍이긴 한데 순수한 열대저기압이기 보다는 아열대 저기압의 특성을 함께 나타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태풍 진로 방향을 보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된 10호 태풍 산산의 남은 잔해가 이끄는 전선대가 나타나고, 12호 태풍 리피의 진행방향 오른편(동쪽)에 중심부의 연직성 구름과 별개의 전선형 상승류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운데에는 열대성의 연직작용에 의한 상승운이 존재하지만 주변부(진행방향 우측)에 전선형 구름대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 바로 아열대 저기압의 대표적인 특성인데요, 실제 500hPa영역 일기도를 보면 열대저기압 주변 상공에 한랭핵이 표시되어 있으며, 저기압을 기준으로 온도골과 온도능이 교차하는 모습이 나타나는 등 아열대 저기압의 특성을 여럿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치예보모델에서 12호 태풍 리피의 발달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경우가 매우 많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이번 12호 태풍은 발생 이전의 열대요란단계부터 워낙에 작은 메소저기압이다 보니 상당수의 수치예보모델들에서 제대로 표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치예보 모델의 예측값만 가지고 "12호 태풍 리피가 필리핀 인근 해상에서 발생해서 한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는 등의 자극적인 예측이 많았는데요, 수치예보 모델의 정확도가 높기는 하지만 해상도라는 고질적인 문제로 특정 크기 이하의 저기압의 경우 단순히 모델에 의존하기 보다는 위성사진 분석이나 기류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야 제대로 된 예측이 가능할 것입니다.(애초에 열대요란 단계도 나타나지 않은 태풍이 언제 어떻게 생길거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며칠 전 JTWC에서 이 12호 태풍 리피의 기원이 되었던 열대요란 단계에서 통보문을 낼 때 "시스템의 크기가 작아서 수치예보모델에서 잡아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이 있었기에 이러한 세부 내용 없이 윈디에서 제공하는 모델링 결과 같은 내용만 가지고 태풍이 언제 발생할 것이라는 식으로 던지고 보는 것은 신뢰도가 낮은 언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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