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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해양과 바다의 경계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이야기

by 의솔아빠 2022.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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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 표지
해양과 바다의 경계 1953년 3판 표지

1. 들어가며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발간하는 간행물로 바다의 명칭과 구역을 정하여 선박의 항해안전과 수로확정, 해양학적인 활용 등을 목적으로 1929년 처음 발간한 책자이자 표준 해도입니다.

2. 동해 표기 문제

1929년 1판이 만들어질 당시 우리나라는 일제 강점기로 국제수로회의에 참석하여 우리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이 당시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하던 일본의 의견만이 반영되어 1929년 모나코 회의에서 동해의 명칭을 국제적으로 일본해(Sea of Japan / Japan Sea)로 의결하였습니다.

이후 이 일본해 표기는 1953년 간행된 3판에까지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던 1952년은 6.25 동란중인 상황으로 IHO에 미가입한 상태였습니다.(우리나라는 1957년에 IHO에가입) 그러다 보니 당연히 이 당시에도 우리나라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일본해 표기가 그대로 이어져 왔었습니다.

이후 1977년 11차 IHO총회에서 20년이 넘도록 사용해 온 3판의 개정을 결정하고 해역별 지도를 삽입한 4판 개정안에 대한 투표를 1986년 회원국 투표에 붙인바 있으나 부결되기도 하는 등의 부침이 있었습니다.

결국 작업이 지지부진해지자 IHO에서는 1997년의 15차 총회에서 외부용역을 주어 일단 마무리짓기로 하고, 4년간의 편집작업을 거쳐서 바다와 해양의 경계(S-23) 제4판이 나오게 된 것입니다.

당시 투표가 부결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동해의 표기 문제로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부터 동해/일본해의 병기를 지속적으로 주장하였고, 일본측에서는 80년이 넘게 쓰고 있었다는 이유로 일본해 단독 표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었습니다.

현재의 동해는 남북한과 러시아, 일본 4개국이 접하고 있는 국제해역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명칭을 정하는 1920년 당시 지금의 대한민국은 식민지 상태로 의견을 개진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당시 해도집 전반에서 식민 지배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한 명칭을 사용하는 문제가 있었으며, 막상 일본해 명칭을 정했던 일본조차도 1919년 당시 현재의 동해를 조선해만(朝鮮海灣)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하고, 지금의 동중국해에 동해(東海) 명칭을 표기하는 등의 혼선을 보였으며, 동해라는 바다 명칭을 아시아 대륙의 동쪽 바다가 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어쨌건 과거 일본도 동해나 조선해 등의 이름을 썼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동해 단독표기를 주장하지 않고  동해/일본해 병기를 주장한 이유 중 하나는 IHO에서 바다명칭을 정할 때 회원국간 합의에 따르게 되어있고, 여러 국가와 접하는 바다 명칭을 정할 때 하나의 이름으로 정하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합의안이 제대로 나올 때 까지는 모두 병기하도록 권고하는 것을 따른 것입니다.(도버/칼레해협 사례)

어찌되었건 이 동해/일본해 병기 문제로 개정판의 작업이 지지부진해 지다가 S-23의 4판에서 결국 동해에 대한 부분(챕터 7.6)은 공란으로 표시한 채 개정판을 발간하게 됩니다.

3. S-130의 개발과 양측의 아전인수식 해석

2020년 2차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는 디지털 방식의 새로운 해도집 표준을 개발하기로 합의하면서 기존 S-23을 종이문서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역사를 보여주는 출판자료로 보존하기로 하고 S-130이라는 새로운 전자해도를 개발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이 합의의 주된 내용 중 하나는 디지털 해도에는 바다의 명칭을 적는 것이 아닌, 코드화된 일련번호를 부여하여 해도에 사용하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이에 대한 한국정부와 일본정부 양측 모두 동해의 명칭 표기 문제에서 서로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묘한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우선 한국정부는 일본해 단독표기의 근거였던 S-23을 국제표준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결의함에 따라 일본측이 주장하는 일본해 단독표기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에 의미를 두면서 앞으로의 전자해도는 동해/일본해 그런거 없이 번호로 표기하게 되었으므로 한국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일본측은 기존 해도집인 S-23을 표준으로 사용하지 않고 문헌보존학의 측면에서 S-23을 보존함에도 불구하고 일본해 단독 표기가 된 출판물인 S-23이 영구보존되기 때문에 일본해 단독표기가 문서로 영원히 남게 되었으므로 일본해가 최종 명칭으로 굳어진 것이라는 정신승리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한국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일본측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왜곡하여 주장하는 말 그대로 정신승리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완전히 이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일본해 표기를 국제표준에서 끌어내린것은 성공했지만 식별 번호(코드)화를 하면서 동해 명칭을 병기하여 사용하는 것도 함께 사라지게 되면서 동해라는 명칭 또한 마찬가지로 국제해도집에서 사라지게 되는 근거가 만들어진 상황입니다.

또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일본측의 정신승리가 그냥 정신승리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는데요. 해도가 아닌 일반 지도에서는 기존 S-23을 그대로 참조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으며, 해도라 하여도 "챕터7.6에 해당하는 해역(동해)의 식별 번호(코드)에 붙은 명칭이 그래서 결국 어떤 이름이냐?는 질문에서 기존 일본해 표기가 되어있는 인쇄본인 S-23(3판 이전 버전)이 재소환될 수 있다는점에서 보면 일본측의 주장이 무조건 정신승리라고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다만 이전에는 국제수로기구에서 일본측의 주장이 먹혀들어간 역사가 길어서 지도 표기면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 결정으로 해도표기에 한정해서는 그나마 양측이 서로 동등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는 점 정도는 위안거리가 될 수 있겠다 싶습니다. 물론 앞으로 개발하는 전자해도 표준에서 우리나라의 기술과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내용을 표준으로 넣을 기회가 생긴 것은 향후 S-130의 개발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할 수 있으며, 향후 발간되는 지도는 웹 기반의 전자지도가 주류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만큼 이 과정에서 우리 기술력과 표준을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동해 표기를 다른 방법으로 확산시킬 기회가 열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특히 전자해도 개발과 관련한 또 다른 표준 중 하나인 S-100개발 단계에서 우리나라의 해양조사원이 시험데이터를 구축하며, 실제 테스트도 우리나라가 담당하여 수행하게 됨으로 전자해도의 개발 자체를 우리나라가 선도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런 방식으로 S-130 개발에서도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참조 문헌
1. S-23(Names and Limits of Oceans and Seas)을 기초로 한 바다속성지명과 바다경계의 획정 근거 분석
성효현, 강지현 대한지리학회 대한지리학회지 = Journal of the Korean Geographical Society, v.48, no.6, pp.914-928, 2013, 1225-6633

2. 국립해양조사원 웹페이지>해양정보>동해-국제수로기구>간행물-해양과 바다의 경계

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에서 전 세계 바다의 이름을 구분하고 있는 목차는 다음 링크를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목차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목차

이 내용은 국제수로기구(IHO)에서 발간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S-23 4th edition(2002년판)의 목차를 번역한 것입니다.(발번역 및 의역 주의) 해양과 바다의 경계는 전세계의 바다를

typhoon-ai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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