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에 사용되는 자료는 위키프로젝트 중 열대 사이클론 경로 기록 내용을 기준으로 합니다. 그림 자체는 퍼블릭 도메인으로 풀린 것이므로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한 이미지임을 우선 알려 드립니다.
18호태풍 미탁의 전체 경로입니다. 괌 인근 해역의 열대요란에서 성장, 이동 도중 열대저기압을 거쳐 태풍으로 공식 명명된 다음 우리나라로 향하는 전형적인 포물선 경로를 그리는 태풍입니다.
10월 태풍치고는 이례적으로 피해가 좀 컸었던 편인데요. 아무래도 지구 온난화 문제와 우리나라 남부지방 상륙 - 동해안 진출이라는 최악의 경로가 나오면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당초 태풍 발생 초기 예상은 오키나와 동쪽을 통과, 북동진하여 대한해협 방향으로 나가는 진로가 대다수 예보기관들의 예측이었으나 9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뜬금없이 일본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때아닌 세력 강화를 하면서 경로가 대만 앞바다까지 밀리면서 결국 우리나라 해남쪽으로 상륙하는 경로가 최종 경로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점은 태풍이 예상보다 더 서쪽으로 밀리면서 대만과 중국 저우산시 인근을 지나면서 절반정도 부분이 육지에 걸리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육지와의 마찰이 발생, 중심부의 강풍구역이 대폭 축소되는 결과를 낳아서 우려했던 강풍 피해는 적었던 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가을철 태풍 입장에서 육지와의 마찰은 태풍 세력을 약화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었겠죠.
실제로 위 그림에서 바로 확인가능하듯이 필리핀에서 대만 사이로 갈 때는 STS급의 꽤 강한 세력(베이지색-노란색 점으로 표시)이었고 만일 바다 위였다면 저 세력 이상으로 발달할 수도 있었겠지만 대만을 지나 중국 대륙에 바짝 붙는 과정에서 다시 TS급으로 세력이 약화되면서 우리나라로 향하는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신 강수량 입장에서 바라보면 거의 최악의 태풍급에 이름을 올려도 무방한 상황인데요... 태풍이 올라오기 2~3일 전부터 전면부 수증기대가 이미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도달하면서 비를 내리기 시작했고, 상륙 직전부터 동해바다로 빠져나가는 시기까지는 엄청난 양의 폭우를 곳곳에 유발하였었습니다.
특히 남부 해안지역과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호우 피해가 컸었는데요... 이는 태풍이 상륙한 이후 지리산 인근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상륙 직후에는 지리산 및 영남알프스 지역에 부딛히는 구름대가 집중호우를 남부지방에 일으켰으며, 상륙 이후에는 태풍이 진행방향 앞쪽에 강한 북동기류를 형성, 태풍 전면부의 구름대가 모두 태백산맥에 걸리면서 동해안 일대에 기록적인 폭우를 일으키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과거 태풍들의 사례에서 동일하게 볼 수 있는데요... 이런 경로로 우리나라에 피해를 입힌 대표적인 태풍은 1959년의 사라,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이 있으며 경로도 매우 유사합니다.
위 그래픽은 1959년 우리나라에 대규모 피해를 입혔고 지금까지도 역대 최악의 태풍으로 회자되는 태풍 사라의 경로입니다. 해방 이후 우리나라와 9월 태풍 사이 악연의 시작이기도 하고요.... 전체적인 경로를 보면 발생 지역부터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경로가 미탁과 거의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미탁의 경우 중국쪽에 바짝 붙었지만 사라는 그런거 없이 오키나와-남해안 방향의 경로로 이동하면서 육지와의 마찰 없이 바로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근접(공식적으로는 부산 앞바다를 통과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하면서 우리나라 남부지방을 그냥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갔었죠. 즉, 미탁이 중국 대륙까지 밀리지 않고 오키나와 인근 해상을 통과하면서 우리나라로 왔다면 사라와 거의 일치하는 경로가 나올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세력 자체는 사라보다는 약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이미 지나간 일에 만일은 없으니...)
2002년 8월 말에 발생하여 9월 1일까지 활동한 루사의 경로입니다. 루사 역시 남해안 상륙-동해안 진출 태풍의 전형을 보여주는 경로인데요. 최저기압은 950hPa정도로 사라가 기록한 905hPa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이번 태풍 미탁의 최성기 최저기압인 965hPa하고 비슷한 정도의 세력이기 때문에 이걸 기준으로 보면 이번에 미탁이 중국까지 밀려간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루사의 경우 미탁과 비교하면 육지와의 마찰 없이 바로 우리나라 고흥반도에 상륙해서 강원도 속초 인근 해안으로 빠져나갔는데요 루사가 고흥에 상륙하던 시점 당시 강원도 영동지방에는 대규모의 비구름대가 동풍을 타고 태백산맥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하늘 전체가 폭포가 되어버리는 수준의 폭우를 유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역대 최대 일강수량 870mm(8월 31일)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나마도 강릉시청 장비의 한도가 870mm였기 때문에 870.5라는 공식기록을 한 것 뿐이지 실제로는 이 기록 이후에도 비가 계속 내렸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거의 900~1000mm의 비가 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당시 강릉 남대천 상류의 오봉저수지(강릉댐)가 범람으로 인한 붕괴 직전 상황까지 내몰리기도 했었는데요 이미 이 당시 강릉시 상황은 남대천의 범람으로 시내 전지역이 이미 물바다가 되어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강릉댐이 넘쳐서 붕괴하는 사고가 났을 경우 강릉시 전체가 그대로 쓸려 내려가는 대참사가 날 뻔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위 그래픽은 2003년 13호 태풍 매미의 경로입니다. 발생 지점과 대만까지의 상황은 미탁이나 사라와 거의 유사합니다. 이후 북상 경로는 1년 전 지나갔던 루사의 상황과 유사하고요.... 매미의 경우 우리나라 통영반도(고성군) 인근지역으로 상륙해서 경북 울진군 앞바다로 빠져나갔는데요... 태풍이 최종적으로 빠져나간 위치가 이번 미탁과 매우 유사한 지점이었습니다.(미탁 경로를 동쪽으로 400km정도만 평행이동시키면 거의 비슷할 것 같아보입니다)
매미 상륙 당시에도 강원도 영동지역 및 경북 동해안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졌었는데요... 그 때 직접 겪어본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그냥 루사 시즌2였습니다. 거기다 매미는 루사보다 더 낮은 최저기압을 가지고 올라온 덕분에 어지간해서 해일이라고는 도저히 발생하지 않던 마산만에 폭풍해일 피해를 입히기도 했었죠...
아무튼 과거 우리나라 남해안-동해안 지역으로 통과한 태풍들의 경로를 보면 하나같이 영남지방 및 강원 동해안지역에 막대한 양의 피해를 입히는 특성이 있었습니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우 태풍 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태백산맥이 비구름을 막아주는 덕분에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비바람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요.
결과론적 이야기지만 일단 미탁의 경우 남부지방 상륙-동해안 진출 경로가 나오면서 태풍에 가까웠던 남해안과 기류와 지형 문제가 발생했던 강원도 동해안 일대에 피해가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한 점에서 과거 이 경로로 올라왔던 태풍들과 유사한 현상이 벌어졌었습니다. 그러나 태풍이 중국 대륙 코앞까지 밀려났다가 올라온 덕분에 육지와의 마찰이 발생, 이 시점부터 태풍의 세력이 약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강풍 피해는 적었던 것을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내륙지역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으며, 해안가 인근에 위치해서 강풍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제주국제공항과 김해국제공항의 도착편들과 여기에 연결되 출발편들만 결항이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담으로... 이번 미탁 통과 직후 집(강원도 동해안 지방입니다. 정확히는 이번에 지역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바로 윗동네였고요...)에 전화를 걸어보니 이번에 루사 시즌3를 찍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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