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간으로 8월 18일 오후 3시 무렵 규슈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99호 열대요란이 8월 19일 14시 무렵 거제도 방향으로 상륙(기상청 바람벡터 기준 분석)하면서 우리나라 남해안 일대에 순간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는 지역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발생 당시의 99호 열대요란은 발생 당시 1009hPa, 중심최대풍속은 약 15노트 수준이었고, 특별히 체크할만한 내용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위성 이미지와 기상청 종합영상을 살펴보면 뭔가 태풍의 구름대 비스무리한것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오는게 딱 보이는데요, 눈 구조까지 보이는 것이 영락없는 태풍의 형태와 동일한 소형 저기압의 형태가 뚜렷히 구분됩니다.
상륙 당시 기압을 보면 중심기압은 약 1006~1008hPa 정도였으며, 중심최대풍속은 미국의 1분 평균값 기준으로는 약 20노트(10m/s)였고, 순간 최대풍속은 8월 19일 15:00에 기록된 15.5m/s가 최대였고, 이 시간을 전후로 한 풍속 기록이 15m/s를 계속 기록하고 있어서 10분 평균 최대풍속의 최대치는 15m/s(55km/h, 30노트)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지난 7월 장마철에도 열대요란 하나가 북상하면서 장마전선을 자극하였던 전례가 있었는데, 이번 사례는 장마전선과 관계없이 중위도에서 발달한 열대요란이 갑자기 우리나라로 밀고 올라온 좀 드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열대요란이나 태풍 수준까지 발달하지 못한 열대저기압이 종종 우리나라 방향으로 북상한 적은 있었으나 이렇게 뚜렷한 형태의 구름장까지 만들면서 올라오는건 적어도 최근 10년 동안은 본 기억이 없던 일입니다.
이로 인해 19일 오후 여수 소리도에 누적강수량 69.5mm가 기록되면서 최대값을 찍었고, 경남 남해안 일대의 하루 누적강수량이 15~30mm를 기록하였고, 일대 시간당 최대 10~15mm이상의 강한 비가 수 시간동안 이어지기도 하였었습니다.
지역 | 8/19 누적(21:00) |
울산 | 28.9 |
부산 | 29 |
부산 레이더 | 47 |
북부산 | 28 |
사상 | 29 |
영도 | 2.5 |
가덕도 | 17.5 |
기장 | 9.5 |
해운대 | 32 |
부산진 | 47.5 |
동래 | 36.5 |
북구 | 13.5 |
남구 | 27.5 |
사하 | 36 |
통영 | 22.9 |
거제 | 24.8 |
남해 | 23.4 |
사천 | 38.5 |
창원 | 21.4 |
일단 기상청에서는 하층 기류 순환에 의한 대기불안정에 의해 발생한 국지성 소나기와 집중호우로 해석하였는데,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공식적으로 열대요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이런 방식의 설명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이번 저기압의 영향은 명백한 열대성 기상현상(사실 저도 처음에는 소형 몬순저기압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적외선 위성 이미지를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이고, 태풍은 아니지만 유사한 기상 현상이 특별한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한 상황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어쨌뜬 이번 사례의 시사점은 크게 다음의 두 가지가로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단기적으로는 현재 태풍의 길목이 우리나라쪽으로 열려있음을 시사하는 것인데요, 지금 기압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오키나와 인근에 열대성 저기압이나 태풍이 수 일 내 발생할 경우 바로 우리나라 남해안 방향으로 직행해서 올라오는 경로가 열려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보통 세력이 약한 열대요란의 경우 자체 회전력보다는 주변 지향류에 의한 이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세력이 약한 열대요란이 바로 우리나라쪽으로 북상하였다는 이야기는 결국 이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태풍이 저 위치에 있을 때는 기존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고속이동을 하면서 주변에 매우 강한 폭풍역을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단기적으로 오키나와 인근 해상에서의 열대저기압 발생 자체를 주시하면서 보아야 하는 상황임을 의미합니다.(적어도 다음주 가을장마가 끝날 때 까지는 이런 기압계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도 이런 중위도(북위 25~30도선 구역) 구역에서의 열대성 저기압이나 열대요란의 발생 자체도 앞으로는 잦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사실 이쪽이 진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요, 원래 태풍 발생구역이 아닌 오키나와 이북 해상에서 이런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였다는 것은 이젠 이쪽 구역도 태풍 발생 가능구역에 들어와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런 곳에서 급작스런 열대성 저기압이 발달하여 우리나라쪽으로 북상할 경우 대비시간 자체가 24시간도 채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 이번 99호 열대요란의 공식 식별 이전에 한국 기상청의 일기도상 최초 확인은 8월 17일 오후 9시 일기도이며, 상태는 STNRY로 그 자리에 고정되어 있는 상태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시간만인 8월 18일 오전에는 이미 제주도 남쪽 먼 해상으로 시속 약 12km의 속도로 북상을 하고 있는 상태였고, 8월 19일 9시 무렵에는 시속 약 23km로 가속이 붙으면서 이미 경남 해안선 일대와 제주도쪽에 꽤 강한 비바람을 몰고오는 상태였습니다.
이 상황은 발생 이후 아무리 길게 보아도 불과 36시간만에 열대성 저기압이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한 셈인데요, 만일 이게 소형 열대요란이 아닌 태풍이었다면 태풍 식별 이후 상륙까지 12~24시간밖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존의 태풍 대비 속도로는 제대로 된 대응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지금은 남쪽에서 형성된 이후 우리나라의 태풍 경보구역 내로 들어온 이후부터 본격적인 태풍 대비가 이루어지는 방식인데, 만일 이번처럼 아예 우리나라의 태풍 경보구역 내부에서 급작스럽게 태풍이 발생할 경우에는 전혀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태풍의 내습을 당할 수도 있으며, 설령 태풍의 발생 자체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대비시간 자체가 기존의 2~3일 정도의 기간이 아닌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으로 줄어들면서 물리적인 대응시간 자체가 부족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특히 현재 기상청의 열대저기압/태풍 통보문 방식은 태풍으로 발달할 것이 확실시되는 열대저기압 단계부터 공식적인 통보문과 예보가 나오는데 만일 이번처럼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열대요란이 아닌 실제 태풍이 급속도로 발생할 경우엔 실제로는 이미 태풍이 발생한 다음 부랴부랴 관련 예보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일반 대중에의 전파가 매우 늦어질 가능성이 높겠습니다(특히 공식 보문 작성 기준 시간 간격을 감안하면 발생 이후 최대 5~6시간 이후에야 최초 통보문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태풍이 이미 내습한 다음에 통보문과 예보가 나올 가능성도 있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지금처럼 지구 온난화 문제로 이전에 없던 상황이 몇 번 더 발생한다면 앞으로는 열대저기압에 대한 대응도 조금은 더 민감하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미국처럼 발생하는 모든 열대요란에 대한 감시와 통보를 할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태풍 감시구역 안쪽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기상현상의 경우엔 따로 구분을 하여 감시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쪽에서는 드물지만 태풍의 생성 상황을 처음부터 살펴보면 24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갑자기 태풍으로 발달하는 경우가 꽤 잦은 편이고, 이 태풍 발생 가능 구역이 우리나라쪽으로 꽤 가까이 붙은 만큼 앞으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대응을 생각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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