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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잡다한 것들/기상 관련 이야기

2023년 장마 종료?(2023.07.26.)

by 의솔아빠 2023.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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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장마 종료 소식

7/26 장마 종료 관련 뉴스

7월 26일 갑자기 장마가 종료되었다는 좀 뜬금없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9일을 전후로 한반도 전역의 장마가 종료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서 조금은 당황스러운 뉴스였는데요, 정확히는 중부와 남부지방의 장마가 종료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한국 기상청 지상일기도(7/26 09:00 기준)
한국 기상청 500hPa영역 일기도(7/26 15:00 기준)
한국 기상청 천리안 위성 수증기영상(18:30기준)

실제로 기상청의 위성 이미지를 살펴보면 장마전선 자체는 현재 북한지역인 평안북도와 함경도 일대에 걸쳐져 있고, 그 바로 남쪽에 5880선이 경기 북부 인근까지 밀고 올라온 상태입니다.

다만 500hPa영역 일기도에서 확인되는 상층 한랭 온도골의 영향으로 장마전선과 무관하게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권 안쪽임에도 불구하고 중부와 남부지방은 매우 강한 대기 불안정이 발생하여 곳곳에 소나기구름이 강하게 발달하고, 곳에 따라 뇌운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입니다.

즉, 북한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의 장마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니며, 현재의 장마 종료 발표는 남부와 중부지방까지 한정된 상황입니다.

다만 현재 기상청이 중부와 남부지방의 장마 종료를 발표한 것은 1차적으로는 5호 태풍 독수리가 푸젠성과 광둥성 사이 해안선으로 상륙하면서 진로가 서편향된 것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을 시사하고, 조만간 발생할 6호 태풍 카눈의 중기 예상 진로 또한 우리나라 서해안 보다는 중국 상하이 방향으로 향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6호 태풍 카눈에 의한 장마 영향은 다음과 같이 둘 중 하나의 시나리오가 유력했었고 현재는 후자(2번)가 보다 유력해지는 추세로 보입니다.

  1. 우리나라 서해안을 따라 북상, 장마전선이 태풍 전면부 강수구역에 들어서면서 남부지방까지 장마전선 남하, 이후 태풍 북상에 의해 8월 6일 이후 장마 종료
  2. 중국 상하이 방면 진출, 태풍은 진행방향 우측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덥고 습한 공기를  한반도쪽으로 밀어넣는 역할을 하게 되며, 이 경우 28~31일 무렵 장마전선이 만주까지 북상하면서 장마 종료

즉, 조만간(48~60시간 이내) 발생할 6호 태풍 카눈의 중기 예상 진로가 중국 방향으로 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며, 결과적으로 장마전선도 한반도 위쪽으로 완전히 북상하면서 한반도 전역에서의 장마가 끝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장마의 시작과 종료 기준은?

지난 6월 19일 장마 직전 올린 글에서 6월 20일의 전국단위 비는 장마와 무관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요(관련글 : https://typhoon-air.tistory.com/795) 이 시기 직전 우리나라는 때이른 무더위가 찾아온 직후 비가 왔었고, 일본은 이미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한지 거의 3주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었으나 우리나라 기상청은 공식적인 장마 시작을 6월 25일로 보면서 일반적인 인식과 공식 장마의 인식간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즉, 한국 기상청 나름대로 장마의 시작과 끝을 정하는 기준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인데요, 실제로 일본의 경우엔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충돌로 전선이 형성되고 이 전선대에서 비가 내리면 바로 장마의 시작으로 판단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단의 배치 상황을 중요하게 보면서 그 기준이 조금은 복잡(?)한 면이 있습니다.

동아시아 몬순과 장마전선 모식도(기상청 손에 잡히는 예보기술 제15호 2012년 6월)
장마전선에 영향을 미치는 5개의 기단(기상청 장마백서, 2011)

실제로 우리나라 장마전선의 영향 기단을 보면 단순히 북태평양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간의 충돌이 아니라 여러 기단과 기류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꽤 복잡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해당 기단들 중 어느 하나의 요건만 좀 달라져도 장마의 양상 자체가 매년 달라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요, 실제로 올해는 대륙성 기단이나 오호츠크해 기단의 세력보다 엘리뇨로 인한 베링해 인근의 고기압 블로킹이 장기간 발생하면서 북쪽의 찬 공기 덩어리의 이동을 막았고, 지구 온난화로 이전보다 잦아진 극기단이 이 블로킹에 의한 절리저기압 형태로 우리나라 북쪽에 한참동안 정체하면서 특정 구역에 상당히 많은 비를 내리게 하는 극한강수 현상이 잦았던 특성이 있었습니다.

어쨌건 여기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결정하는 방법인데요, 기상청 예보 가이던스에서는 다음 내용으로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결정하는 방법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저도 저 조건들 중 일부를 활용해서 야매로 날씨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데요, 사실 비전문가의 정보 접근성이라는거 자체에 한계가 있다 보니 모든 자료를 다 사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그래도 우리나라 기상청의 경우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자료들을 이래저래 잘 공개해 놓은 편입니다.)

어쨌건 위의 장마 시작과 종료 요건을 살펴보면 시작요건과 종료요건에 동일하게 들어가는 상당온위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여기서 온위에 대해 모두 설명하려면 너무 길어지니까 간단히만 얘기하면 대기에서 수증기를 싹 빼버린 값을 1000hPa지위고도에 놓았을 때의 온도(온도단위로 K(캘빈)을 사용)가 온위가 되고, 이걸 구하는 포화단열선에서 건조단열선이 만나는 지점의 기울기를 타고 다시 1000hPa까지 이동(상승 또는 하강)하였을 때의 온위를 상당온위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그런게 있구나....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이 영역부터는 전공자의 영역입니다)

어쨌건 이 상당온위 중 850hPa영역의 상당온위값이 기상청 보조일기도에 존재하는데요, 여기서 335K가 되는 지역의 선이 어디까지 올라가 있는지를 확인하면 장마 시작조건과 종료조건의 한 가지 요건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7/26 15:00 850hPa상당온위 분포도

실제 위의 상당온위 분포도는 기상청에서 장마 종료 발표를 하였던 7월 26일 오후 3시의 상당온위도인데요, 여기서 339K선이 이미 북위 40도선보다 훨씬 북쪽인 한반도 북쪽 간도 일대까지 올라와 있는 것이 확인이 되고 있으며, 이전 날짜인 7월 25일 오후 3시에 339K선이 북위 40도선에 걸쳐져 있는 것이 확인이 되므로 이보다 북쪽에 자리하는 335K선이 이틀 이상 북위 40도 선에 자리하고 있는 조건을 만족함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즉 장마 종료 선언을 하지 않더라도 이미 장마가 거의 끝물에 들어섰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지표라 할 수 있겠습니다.

7/26 15:00 200hPa 발산과 50노트 이상 강풍구역

또 하나의 조건은 200hPa 영역에서의 동서방향 바람(상층제트기류)의 남북경도 최고값이 북위 42.5도선보다 북상해서 2일 이상 지속될 경우인데 현재 상층 제트기류의 강풍대는 50노트를 넘는 구역이 존재하고는 있으나 75노트 이상을 기록하는 구역은 아직 존재하지 않으며 지난 2일간의 200hPa영역 상황을 보면 상층 제트구역이 중간에 분절되는 등 기단간의 경계선을 명확하게 그어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찬 공기 덩어리가 상층 제트가 뚤린 구역을 통해 남쪽으로 새어나가는 구역이 존재하였으며, 이제 막 상층제트기류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북쪽의 찬 공기덩어리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덩어리를 다시 구획하는 단계에 들어서서 아직까지 이 조건은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할 듯 싶습니다.

따라서 이 구획이 완전히 닫히면서 남쪽과 북쪽 기단의 분리가 대기 상층에서 확실하게 이루어지는 시점은 빨라야 7월 27~28일이 되겠으며, 이 시기 이후가 한반도 전역에서의 장마 종료 시점이 되겠습니다.

이외에 장마지수를 계산하는 방법도 있는데, 이는 200hPa영역의 지오포텐셜고도와 바람 성분을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정확하게 구하기 위해서는 라디오존데 장비와 같은 것으로 측정한 자료가 있어야 해서 여기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3. 장마가 끝났는데 왜 비가 오는걸까?

7월 26일 기상청에서 속보로 장마 종료 발표를 하기가 무섭게 전국적으로 매우 강한 소나기와 뇌우까지 발생하면서 기상청이 또 구라청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사실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비가 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장마종료선언을 하자마자 곳곳에 소나기가 내린 7월 26일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하여도 200hPa영역에서의 제트기류 단절이 있었음이 확인됩니다.

7/26 03:00 200hPa 발산과 50노트 이상 강풍구역

즉, 7월 26일 새벽 3시 무렵까지만 하여도한반도 북쪽의 상층제트기류의 뚫린 구멍(?)이 있었으며, 이 틈을 통해 새어내려온 찬 공기덩어리가 현재 500hPa영역에서의 차가운 온도골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상청 500hPa영역 일기도(7/26 15:00 기준)

다시 위쪽에 있던 500hPa영역의 일기도를 소환해 보면 북태평양 고기압이 경계선이라 할 수 있는 5880선은 대동강-원산만을 연결하는 위치까지 북상해 있고, 고기압의 중심부는 일본 도쿄 인근 상공에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서쪽 방향에서 -5℃짜리 한랭 온도골이 꽤 가늘고 깊게 들어와 있는 모습이 확인되는데요, 이것이 바로 아까 상층 제트기류쪽의 틈으로 새어나온 찬 공기덩어리라고 볼 수 있는 녀석입니다.

즉, 남한 전역은 이미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선 안쪽에 들어와 있는 상태여서 고온현상이 발생하는 가운데 여지껏 내린 장마비로 대기중에 수증기 한가득 들어차 있으면서 매우 높은 습도까지 기록하면서 고온다습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7/26 18:50 기준 기상청 종합영상

이런 상황에서 상층으로 훅 치고 들어온 차갑고 건조한 공기덩어리가 있을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대기불안정을 일으키고, 이게 낮 시간대 동안의 기온상승과 맞물리면서 26일 오후 내내 내륙 곳곳을 중심으로 소나기구름 덩어리들이 발달하면서 곳곳에 낙뢰와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즉, 7월 26일부터 가을장마가 형성되는 시기까지의 강수는 장마전선에서 내리는 비가 아니라 북태평양 고기압 내부의 대기불안정 구역에서 발생하는 소나기성 강수로 그 발생 위치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고 순간적인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유발하는 별로 반갑지 않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일 우리나라 전역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권에 완전히 들어간다면 이런 대기 불안정 현상보다는 폭염의 형태가 더 강하게 나타나겠지만, 지금처럼 고기압 가장자리게 걸쳐지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한동안은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이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고온다습한 해양성 기단이라는 특성과 중위도 고압대에서 발생하는 지구단위의 고기압이라는 모순된 특성에서 나타나는 특성인데요, 본래 지구 대기 순환에서 중위도 고기압대를 이루는 해들리 순환과 페렐 순환 사이에서 형성되는 종관단위의 키가 큰 고기압의 특성을 가지고, 이 고압대의 특성은 대기 중상층인 5000~6000m 상공부터 하강기류로 인한 단열승온현상으로 인한 고온과 바다 위에 자리한다는 이유로 인한 다습한 특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 고기압을 구역별로 쪼개서 보면 고기압 중심부에서는 워낙에 하강기류가 찍어누르는 힘이 강하다 보니 고온다습하면서 상공에서는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지만 고기압 주변부, 특히 가장자리 구역의 하층 영역에서는 지표면의 열로 인해 상승하려는 상승기류의 힘이 더 강한 구역이 곳곳에 존재하며, 특히 북쪽 고기압 가장자리의 경우 상공에 찬 공기덩어리가 침입할 경우 매우 강한 대기불안정 현상이 나타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고기압권임에도 불구하고 하층 가장자리 영역은 국지성 집중호우가 나타나는 경우가 매우 잦습니다.

즉, 우리나라 거의 전역이 북태평양 고기압에 완전히 뒤덮힐 경우엔 이러한 대기불안정 요소가 사라지고 여름철 폭염(무더위)가 발생하겠지만, 지금처럼 고기압 가장자리에 오랫동안 위치할 경우에는 매우 더운 날씨에 예기치 못한 소나기가 퍼붓고 사라지는 도깨비같은 날씨가 이어질 수 있는 요건이며, 현재까지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속도가 그다지 강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장마철 못지 않게 많은 비가 곳곳에 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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