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무더위와 몬순자이어(2024.08.01. 09:00 일기도 기준)
1. 들어가며
지난 7월 27일 장마가 끝나고 한반도 전역에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었습니다.
장마 종료 직후 강원도 태백을 제외한 전국에 연일 폭염특보가 이어졌었고, 8월 1일 현재는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제주 고산지대를 제외한 전국에 모두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전국을 찜통속에 밀어넣고 있는 상황입니다.
2. 이중 고기압에 갇힌 한반도 상황
우리나라는 여름철 장마 종료 이후부터는 전통적으로(?)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본격적으로 지배기단이 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매년 이 북태평양 고기압의 봉우리 위치에 따라서 우리나라의 더위의 세부적인 상황이 달라지는데요, 일단 500hPa영역에서의 8월 1일 현재 북태평양 고기압 경계선인 5880gpm선을 기준으로 선을 그어보면 위의 그림과 같은 상황이 나옵니다.
위의 일기도의 선을 보면 평안도 이남 지역이 모두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권 안쪽에 들어가 있고, 고기압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봉우리는 제주도 동쪽 해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온난핵 위치 표시도 별다른게 없는데, 제주 서쪽의 온난핵 중심부와 함께 영남지역 상공에도 온난핵이라 볼 수 있는 온도 폐곡선이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영남지역 온도선 기준인 0℃를 기준으로 습도요소같은걸 다 빼고 대충 계산해 봐도 지표면 부근의 온도값이 대충 35℃ 언저리가 지표면 부근의 예상 온도값이 나오므로(100m당 0.6℃ 변화로 계산) 이것만 봐도 전국이 무더위 상황임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북태평양 고기압 위쪽에 또 하나의 상층 고기압인 티베트 고기압이 그 세력을 매우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티베트 고기압의 경계라 할 수 있는 200hPa영역의 12480gpm선을 그어보면 위의 그림과 같이 동북아시아와 북서태평양 거의 전 구역에 해당하는 매우 광범위한 구역이 티베트 고기압의 세력권에 들어오게 됩니다.
거기다 하필이면 이 티베트 고기압의 봉우리 중 하나는 우리나라 남해안 부근에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사실상 우리 머리 꼭대기에 북태평양 고기압, 그 위에 티베트 고기압, 이렇게 2개의 고기압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발퀄이긴 하지만 현재 한반도 부근의 기단 모식도를 그려보면 위와 같이 볼 수 있겠는데요, 한반도를 중심으로 대기 중하층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권이 자리하고, 맨 위쪽에서는 그 고기압을 다시 티베트 고기압이 찍어누르면서 단열승온현상을 심화시키는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아랫목에 불을 때고 위쪽에 솜이불을 덮어놓은 상황에 비유 가능)
여기까지만 보면 열돔 형성으로 그냥 전국이 구워지는 무더위로 바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아직 장마가 끝난지 얼마 안된 상태여서 대기중의 수증기량이 매우 많은 상태(높은 습도)라는 점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를 타고 남서쪽에서 다량의 수증기를 품고 있는 열풍인 몬순기류가 들어오면서 습도까지 높아지는 찜통 더위가 나타나면서 구워지는 날씨보다는 뚜껑 덮인 찜기속에 들어와 있는 상태에 가까운 날씨가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보면 북서쪽에서 상층 기압골이 하나 같이 접근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기압골이 지금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남서풍과 만날 것으로 보이는 8월 2일에서 3일 사이 무렵에는 순간적인 대기 불안정이 강화되면서 일시적인 소나기가 발생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소나기나 비가 오면서 일시적인 기온 하강은 있겠으나 전체적인 대세를 보면 더위가 한 풀 꺾이지는 않겠으며, 오히려 습도만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결과적으로는 더운 날씨에 불쾌지수만 더 올라가는 찜통 상태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남서풍의 유입으로 인해 태백산맥 동쪽의 강원도 영동지방은 기류가 하강하는 풍하구역에 해당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더운 공기가 산을 타고 넘어오는 과정에서 넘어오기(서울쪽) 전보다 5℃ 이상 높아지는 초고온 현상이 이어지게 되면서 타 지역 대비 매우 뜨거운 날씨가 이어지겠습니다.
3. 북서태평양 구역의 몬순자이어
현재 일본 남동쪽 해상에는 약간 광범위한 범위의 저기압 순환류가 하나 자리잡고 있습니다.
당장은 여기서 무언가가 튀어나올 가능성은 없지만, 중기 예측 모델들의 경우 상당수가 이 순환류가 남하하면서 몬순자이어(Monsoon Gyre)의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만일 이 순환장이 북위 20도 선 부근까지 내려올 경우 경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몬순자이어의 북동쪽 끝에서 소규모 열대저기압이 발달하는 것과, 다른 하나는 몬순자이어 자체가 태풍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상황에 따라서는 아열대 저기압 발생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느 것이 되건 중기 범위인 120~240시간 범위에서 5호 태풍 마리아가 발생할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이며, 지금의 순환장이 지속될 경우에는 이 부근에서 후속 태풍이 여럿 더 발생할 가능성도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몬순자이어 기원 태풍이나 열대저기압의 경우 그 초기 진로가 불안정하고, 보통은 북동방향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실제 태풍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쪽으로의 이동 보다는 일본 방향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더 높겠습니다.